21년 3월

2021. 3. 30. 00:58지노 이야기

3월 1일

 지노가 집에서 걸어다니다가 모서리에 머리를 찍혔다..내가 바로 뒤에 있었는데 잡아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 다행히 피는 안났는데 이마에 자국이 남아있더라. 꽤나 아프겠다 싶었다. 그래도 금세 다시 웃더라. 이제 지노는 울타리 가드를 타고 넘어다니려고 한다. 울타리 틈을 올라탄 발 모습이 너무 앙증맞고 노력이 가상하다. 울타리가 많이 약해진 모습이다. 오후에 스타필드에 갈 때 이마에 밴드를 하나 붙여주었다.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모습이다. 

 

3일

 지노가 계속 잠을 쉽게 안잔다. 오늘은 열심히 나와 레슬링 하며 낑낑대다가 힘이 빠지자 간신히 잠에 들었다.  아내가 어디서 볼풀장을 구해왔다. 상태는 중고지만 아내가 깨끗이 씻었단다. 지노가 꽤나 좋아한다. 안그래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다행이다. 

 

4

 오늘도 예방접종 주사를 맞으러 갔다. 두 방을 맞는데 엄청 서럽게 울더라. 그런데 다음주에 또 다시 와야 한다.. 지노에게 참으로 미안했다. 지노가 계속 잠이 늦어진다. 오늘도 계속 움직이다가 갑자기 아빠 배위에서 잠이 들었다. 제법 푹신한가 보다. 종종 지노를 안고 있다가 잠이 들면 그상태에서 눕는다. 그럼 자연스레 배 위에서 잠이 들게 되는데 아빠 심장소리를 듣는 캥거루 케어 자세와 비슷하다. 지노가 이렇게 잠이 들면 나도 뭔가 더 뿌듯해지는 기분이다. 아빠와 붙어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7

오늘은 처음으로 문화센터에 갔다. 이벤트로 일회성 강좌에 아내와 같이 참여했다.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더라. 코로나때문에 자주 못나오던 것을 오늘 다들 나온 것 같았다. 다들 비슷한 또래들이 모여있으니 참 귀여웠다. 강사 선생님이 진행을 해주는데 이게 결국 부모가 같이 해줘야 하더라. 게다가 집중이 다 제각각이라 정신도 없었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이야기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알아서 노는 느낌? 그래도 나름 의미는 있어 보였다. 지노는 기본적으로 주변 친구들에 대한 관심은 없어 보였다.. 대신 어떤 물건에 꽂히면 그대로 돌진한다. 주변 사람은 안보이는 듯 그냥 밀치고 지나간다. 거기다 계속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가드 안에 있으니 뭔가 나가려고 하는 욕구가 큰 것 같다. 열심히 잡으러 다니다가 수업이 끝났다. 코로나 상황도 상황이지만, 아직은 수업들으러 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부모가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놀아줘야 한다. 오히려 더 열심히 놀아줘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9일

 처형네가 이사를 하여 놀러갔다. 집이 참 넓더라. 덕분에 지노는 물만난 고기처럼 엄청 돌아다녔다. 게다가 엄청 잘걸어 다니더라! 이렇게 지노가 잘 걸어다닐 줄 몰랐다.. 집이 넓지 않아서 미안했다. 게다가 울타리 안에 갇혀있으니.. 열심히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래도 여전히 위험요소들이 많아서 조심을 해야 했다. 아내와 지노는 하룻밤 자기로 하고 나는 내일 출근을 해야해서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가니 장모님과 이모님이 와 계셨다. 지노는 여전히 활기차다. 지노가 참 똑똑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잠시 한눈 판 사이,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설마 아니길 했는데 지노가 침대에서 떨어진 소리였다.. 지노가 침대에 혼자 못올라가니까 조카가 도와주다가 힘이 부쳐 결국 떨어진 모양이다. 소리가 커서 참으로 걱정했다. 다행히 지노는 금세 울음을 그치고 괜찮아 보였다. 다들 괜찮을거라고는 했지만 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집에 오는 내내 참 편치 않았다. 당분간은 조심하면서 더 관찰해야 한다. 

 

11일

 지노가 다시 병원에 오는 날이다. 병원 앞에 서기만 해도 표정이 변하더니 울먹이기 시작한다..이제 병원이라는 곳이 각인이 된 모양이다. 하긴 일주일 사이니 안될수가 없겠지. 의사 선생님 앞에 서자마자 엄청 악을 쓰면서 운다. 지노의 건강을 위한 것이지만 참으로 불쌍했다. 그래도 금세 끽끽대면서 울음을 그치더라. 엇그제 침대에서 떨어진 것을 물어보았더니 당일 3시간 정도 지나도 괜찮으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거란다.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히 계속 지켜보란다. 한없이 소중한 아들이다. 그래도 집에서는 자주 웃고 엄마아빠를 다 좋아한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계속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14일

 지노가 힙시트를 보면 가르키며 엄마 아빠에게 준다. 이것을 꺼내면 이제 나가는 것인줄 안다. 이제 걸어다니니 나가는 것을 제법 좋아하는 것 같다. 

 

16일

 아내가 주말에 친구들만나고 앵무새 인형을 선물로 받아왔다. 보통 인형같지만 신기한 기능이 하나 있다. 진짜 앵무새처럼 말소리를 그대로 따라하는데 목소리를 변조해서 들려준다. 이걸 지노가 듣고 나서 화들짝 놀라더니 엄청 울었다. 그 뒤로 보기만 하면 운다. 멀리서는 계속 손가락을 가르키며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자신있게 걸어가다가도 바닥에서 이것을 마주치면 차마 지나가지 못하고 마냥 운다. 처음에는 귀엽다가도 뭔가 트라우마가 될까봐 조심하고 있다. 점차 익숙해지겠지 생각한다. 그러면서 이걸 이용하면? 좋은 울타리 용도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지노가 과자같은 것을 먹다가 꼭 아빠 입에 넣어주려고 한다. 나눠주는 모습이 참 착하다. 요즘은 다행히 잠을 빨리 드는 편이다. 

 

18일

 내가 어흥 하면서 호랑이처럼 하면 지노는 열심히 웃으며 도망다닌다. 그러다 넘어져도 잘 울지 않는다. 어떤 때는 쿵소리가 나도 별 문제없다는 듯 다녀서 고통을 못느끼나?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지노는 자기가 울고 싶을 때 운다. 이때는 주로 아플 때가 아니라 자기 고집대로 잘 안될 때, 억지 부릴 때 가 더 많은 듯 하다. 물론 아플 때 우는 찐울음이 있기는 하다. 지노는 요즘 울타리 안을 열심히 왔다갔다 왕복운동한다. 아빠가 가끔 기침 소리를 내면 자기도 비슷하게 따라하려고 한다. 이상한 목소리를 내는 데 귀엽다. 요즘 지노는 참 착하다. 아빠가 어디론가 사라지만 아빠 하면서 소리친다. 사랑스럽다.

 

22

 지노는 물건을 보면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한다. 이게 기억력이란다. 알고나니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어제는 처형네서 장인장모님과 집들이를 했다. 다들 오셔서 준비된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아직 지노는 같이 먹지 못한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면서 지노를 돌보면서 먹었다. 어제 집들이 중에서 조카가 발가락에 밴드를 하고 있었다. 지노가 어디선가 같은 밴드를 발견하고선 조카 형에게 가져와 발가락에 갖다 대더라. 다들 화들짝 놀라했다. 천재아니냐고 하더라.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지노가 요즘 엄마 아빠 배위에서 말타듯이 들썩인다. 이때 침까지 흘리며 좋아한다. 제법 무거워서 긴장을 해야한다. 기분에 따라 침을 뿜기도 한다..좋다는 신호 같다. 지노의 짜증도 더 늘었다. 짜증을 내면 특별한 원인이 다 있다. 자기가 바라는 것이 되면 딱 그치고 좋아한다. 아직은 어려서 자기가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들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모자 쓰는 것은 시도를 하지만 잘 안될 때가 많다. 이럴 때 짜증을 내는데 해주면 바로 기분이 좋아진다. 보통 몇번 시도를 하면 좋을 텐데 한두번 시도에 바로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성향이 포기가 빠른 것 같기도 하다.. 요즘들어 모자 쓰는 것을 제법 좋아한다. 아빠가 자주 쓰는 모습을 봐서 그런 것 같다. 지노의 짜증에 대해 거부감이 막 들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욕구는 다양해지는데 의사소통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갈수록 그 요구들이 사소하게 다양해진다는 것이 부모로서 어려운 일일테다. 그럼에도 그 짜증이 너무 심하다 싶을 때도 종종 있다. 속된말로 띵깡(일본어) 부리는 것이 제법 세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돌에서 두돌 사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걸어다니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고집도 심해 진단다. 물론 성향차이도 있겠지만, 역시 부모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요즘은 책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이제 걸어다니면서 만질 것들이 많아졌으니 그런가 보다. 종종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오는데 꼭 가져오는 것들이 정해져있다. 제목이 무슨일이야 나 이쁜 얼굴 이라는 책들이다.

 

27일 

 지노가 제법 커서 다양하게 음식을 시도 하고 있다. 돌지나면 이제 왠만한 것들은 다 먹을 수 있단다. 어제는 치킨 살을 찢어서 먹더니 오늘은 쭈꾸미 데친 것을 먹었다. 역시 제철음식이 맛이 좋다. 크기는 다소 아쉽더라. 아내가 다리를 더 작게 잘라주었는데 생각보다 지노가 잘먹어서 놀랐다. 한편으로는 요새 지노는 밥을 썩 잘먹지는 않는다. 이상하게 밥을 먹다가 헛구역질을 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자기 손가락을 종종 집어넣는데 막지 못하면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이 도로 나온다.. 정리는 정리대로 지노의 배고픔은 배고픔대로 일이 커지는 셈이다. 밥도 차분히 앉아서 먹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밥을 먹는다. 안되면 고개를 바로 젓는다. 싫다는 표시를 제법 잘한다. 숟가락을 손에 쥐어준다든지 물통을 쥐어준다든지 해야한다. 숟가락을 집어서 그릇의 음식을 제법 떠먹는 시늉을 한다. 자기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이 더 강할 시기 인것 같다. 양치질도 마찬가지다. 꼭 자기 손에 또 다른 칫솔을 쥐어줘야 한다. 이제 슬슬 쪽쪽이를 떼야 한다는데 아직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어렸을 적 떼지 못해서 상당히 오래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쪽쪽이가 있으면 좋은 점이, 지노가 입으로 탐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 침흘리는 것도. 여전히 입으로 넣고 물고 하는 탐색이 강해서 계속 지켜보면서 조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것때문에 옹알이를 입을 다물고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막 힘을 준다거나 아주 날카로운 고음 소리를 지른다. 이 소리가 상당히 크다.. 지노가 성향이 화가 좀 있나? 싶기도 하다. 

 

 28일 

 지노는 울타리 탈출 방법을 정말 잘 알아낸다. 방법을 시도해서 문제가 해결되면 참 집요하게 도전을 한다. 예를 들어 손이나 다리를 넣어서 그 틈새를 벌린다든지, 어느 부분을 당겨야 느슨해진다는 것을 안다든지. 이럴 때는 제법 영리하다는 생각도 든다. 걸어다닌 이후로 지노의 행동반경을 고려하여 울타리를 확장해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가서 탐색하고 싶은 욕구가 참 강하다. 집이 충분히 넓지 못해 부모로서 안타깝기도 했다. 어느날은 내가 누워있는데 지노가 뭔가 익숙한 물건을 나에게 가져다 주더라. 알고 보니 내방 서랍에 있던 물건이었다. 서럽에서 꺼낸 것도 대단한데 내것인줄 알고 가져다 주는 것도 뭔가 대견했다. 

 

30일

 드디어 울타리가 해제되었다! 아내가 벼르고 있다가 결국 울타리를 치웠다. 대신 현관을 막고 다른 방문들은 다 닫아서 위험 요소들을 미리 차단했다. 주방쪽 선반들도 물건을 다 수납장안으로 옮겨두었다. 그래도 주방에는  여전히 위험한 것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앵무새를..가져다 두었다. 이제는 막 무서워하지는 않고 제법 가까이 가면서 만지거나 어떤 물건을 그 옆에 두기도 한다. 그러면서 싫다는 표현을 마구 한다. 언젠가는 친해지겠지 한다. 물론 그것나름대로도 걱정거리다. 울타리가 사라지니 완전 자기 세상이다. 이제는 걷다가 넘어지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걷는 속도도 제법 빠르다. 발소리도 제법 묵직해서 좀 걱정도 되었다. 울타리가 사라지니 이제 방문으로 들어가려고 난리다. 내가 화장실이라도 들어가면 재빨리 다가와 문을 열심히 두드린다. 이제 베란다도 정복을 시작했다. 건조기를 키거나 화초를 만지는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사실 지노에게는 모든 게 다 새로울테다. 내가 외계인의 문명 속에 갑자기 들어간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날도 따뜻해지고 지노가 더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그렇지만 다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겠다. 

 

31일 

 아내가 몸이 안좋단다. 요근래 우울한 감정이 많이 든다고 했다. 나에 대한 원인도 있단다. 오늘은 어지럽다고 해서 일찍 집에 왔다. 아내는 거실에 계속 누워있고 지노는 열심히 집을 헤집고 다녔다. 병원에 가야하지 않을까 했는데 좀만 누워있다 보니 괜찮단다. 요근래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건강을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지노가 이제 계속 돌아다니니까 어떨 땐 밥도 물말아서 후다닥 먹는단다.. 아내는 아프지만 지노 걱정을 먼저 하더라. 지노 때문이라도 내가 빨리 와주길 바랐다. 진짜 자식을 위해서 부모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된 이상 내 목숨이 내 목숨이 아니다. 다행히 오후에는 나아져서 때마침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도 봄처럼 화창해서 집 앞 공원을 거닐었다. 지노는 열심히 숲과 나무 사이를 빠르게 걸어다녔다. 보호용 긴 줄이 달린 배낭을 메고 열심히 다니더라. 벚꽃도 이제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역시 자연이 참 좋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에는 나가서 저녁을 먹었다. 추어탕 한그릇 든든히 먹으니 좀 괜찮다 하더라. 지노도 돌솥밥을 좀 줬는데 엄청 잘먹더라. 역시 갓지은 밥이 제일 맛있다. 스타필드에 잠시 들러 지노를 놀이공간에서 신나게 굴리고 몇가지 장을 본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여전히 어려서 많이 치이고 다닌다. 큰 애들이 너무 뛰어다녀서 조마조마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지노 주위를 지키고 있다. 그래도 확실히 어른들 보다는 아이들이 있을 때 더 잘 웃고 더 많이 즐거워한다. 찐 웃음은 웃음 소리가 다르다. 요즘 지노를 재우면 피곤해서인지 나도 같이 잠에 든다. 그러다 한시간 뒤 쯤 깬다. 그 때 비로소 볼 일을 잠시 본 뒤 다시 잠에 든다. 직장일도 한창 바쁠 때라 나도 참 정신이 없다. 결국 건강이 가장 최고다. 아내도 지노도 아프지 않고 계속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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